최근 뮤지컬들의 재공연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연이 끝난 후 짧게는 2~3년, 길게는 십 수 년에 걸쳐 다시 공연이 올라오던 것과는 매우 달라진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추후 장기공연 트렌드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지난해 8월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마치고 지난 3월28일부터 샤롯데씨어터로 공연장을 옮겨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5년 초연에 이어 2017년 재연, 그리고 지난해 삼연까지 ‘데스노트’는 2~5년의 간격을 두고 다음 시즌을 이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약 7개월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샤롯데씨어서에서 공연되는 ‘데스노트’에는 ‘앙코르 공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오디컴퍼니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다시 제작돼 연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이 덕에 충무아트센터에서의 본공연에 이어 예술의전당에서 연장 공연까지 펼쳤다. 이번 앙코르 공연도 삼연의 주역인 홍광호, 김준수, 고은성, 김성철 등이 그대로 출연하면서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영웅’도 공연장을 한 차례 옮기면서 9연을 약 5개월여에 걸쳐 공연한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먼저 공연하고 지난달 17일부터 5월21일까지는 블루스퀘어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덕분에 이번 시즌에서 초연 이후 14년 만에 관객수 100만명 돌파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뮤지컬 ‘베토벤’은 앙코르, 연장 공연의 개념을 넘어서 새로운 시즌으로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6일 예술의전당에서 첫 시즌을 마무리 한 ‘베토벤’은 이달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시즌2를 공연한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극중 캐릭터를 비롯해 작품 넘버 등이 변경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베토벤’이 빠르게 시즌2 공연을 확정하면서 얻은 효과도 분명하다. 사실상 시즌1이 된 예술의전당 공연에 희소성을 부여해 마지막 티켓 예매자들의 이탈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즌에 따른 변화들이 예고되면서 회전문 관람 의사가 없었던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하다. 실제로 현재 ‘베토벤’은 공식 예매가 시작되기 전인데, 사전예매로도 매진 회차가 제법 눈에 띄고 있다.
뮤지컬 '베토벤' ⓒEMK뮤지컬컴퍼니
‘식스 더 뮤지컬’의 경우는 지난달 10일부터 26일까지 3주간의 투어 팀 내한공연을 마치고, 같은 장소에서 닷새 만인 같은 달 31일부터 한국어 공연을 시작했다. 이아름솔·손승연·김지우·박혜나·박가람·최현선·김지선·김려원·솔지·유주혜·홍지희 등이 출연하는 한국어 공연은 6월25일까지 총 3개월여에 걸쳐 진행된다.
과거 몇몇 작품이 짧은 재공연 주기를 보였을 당시엔 일시적인 현상으로 머물렀던 것과 달리, 최근의 현상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압도적이다.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의 경우 여세를 몰아 ‘스테디셀러’로 안착시키려는 전략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공연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2년 공연시장 동향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 티켓판매액은 약 5590억원으로 2010년보다 43%나 증가했다. 공연시장 확대를 이끈 주역은 뮤지컬이었다. 대형 공연장, 장기 공연회차, 높은 평균 티켓 등의 영향으로 티켓 판매액은 뮤지컬이 전체 공연 시장의 76% 비율을 차지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소위 ‘될 만한 대형 뮤지컬’을 길게 끌고 가게 된다면 수년에 걸쳐 재공연을 올리는 비용과 비교했을 때, 제작비를 줄이는 동시에 매출 상승까지 이뤄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서 “더구나 이후 공연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